🦊 프로덕트 개발, 더 이상 '다름'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소프트웨어 개발 역사상 가장 거대한 레드오션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AI 코딩 덕분에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배포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습니다. 과거에는 Figma로 디자인하고,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 및 테스트하고, AWS에 배포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던 프로세스가 이제는 Claude 같은 도구, 다른 vibe 기반 코딩 어시스턴트, 그리고 빠르고 쉬운 배포 사이트 덕분에 단 며칠 만에 끝낼 수 있습니다.

물론 비개발자는 'vibe의 벽'에 부딪힐 수 있고, 코드는 순식간에 엄청난 기술 부채를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AI 코딩 툴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은 아마도 이전보다 5배는 더 빠르게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밑바닥부터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소프트웨어 출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마치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 분야의 훌륭한 아이디어에 5~10개의 경쟁자가 있었다면, 이제는 수백 개의 경쟁자가 나타나 모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합니다. 대기업은 원래 움직임이 느렸지만, 이제는 대기업에 속한 단 두 명의 개발자로 구성된 팀조차도 몇 주 만에 비전문가가 보기에는 시장 최고 수준으로 보이는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당신의 회사가 모든 경쟁자는 'AI가 대충 찍어낸 쓰레기(AI SLOP)'라고 아무리 외쳐도, 수백 개의 회사가 같은 솔루션을 내놓는 상황에서는 당신의 목소리 하나쯤은 묻혀버릴 것입니다.

과거에 경쟁 시장에서 이기는 최고의 방법은 Steve Jobs가 말했듯 '다르게 행동하는 것', 즉 자신을 차별화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세상에서는 더 이상 프로덕트 차별화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 놀라운 UX로 차별화한다고요? 과거에는 훌륭한 UX 팀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의 원천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수십 개의 경쟁사가 당신의 서비스 플로우를 스크린샷(혹은 곧 영상으로) 찍어서 AI에게 던져주면 금방 복제해낼 수 있습니다.
• 하나의 기능에 특화해서 차별화한다고요? 일시적으로 앞서나갈 수는 있겠지만, 이제 경쟁사들이 당신의 기능 수준에 근접하는 것은 꽤 사소한 일이 되었습니다.
• 비즈니스 모델로 차별화한다고요? 만약 그게 먹히기 시작하면, 최근에 막 시작한 수십 개의 경쟁사들이 'vibe 코딩'으로 금세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버릴 겁니다.
• '독점 데이터'로 차별화한다고요? 이것은 예상했던 만큼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거나, 경쟁사들이 80% 정도 수준을 달성하는 데 충분할 만큼 유사한 데이터를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는 기능이 며칠 혹은 몇 주 만에 복제되고, 모두가 비슷한 프로덕트로 똑같은 부스러기를 놓고 싸우는 레드오션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효과가 있을까?

독점적이고 거대한 유통망

레드오션에서는 유통이 왕입니다. 기존 유통 채널(자체 커뮤니티, 고객 리스트, 유명인 CEO 등)을 가진 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대기업이 유리하지만, 스타트업도 기존에 구축해 둔 유통 네트워크가 있다면 경쟁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알려지지 않은 니치 시장 공략

레드오션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잘 알려지지 않고 복잡한 니치 시장을 위한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농업 분야 수의사를 위한 보험금 청구 서류 작업 자동화' 같은 것을 생각해보세요. 이 분야에 대해 충분히 아는 개발자도 거의 없을뿐더러, 유통망을 가진 사람은 더더욱 없습니다. 또한, 니치 솔루션을 필수적으로 만들게 하는 규제 요건도 충분히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행하게도(혹은 다행히도) 이런 니치 시장의 대부분은 VC 투자를 받기에는 너무 작을 것입니다.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통합

개발자들은 가장 쉬운 솔루션에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AI 래퍼(wrapper)가 그렇게 많은 이유죠. 만들기 귀찮은 프로덕트에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존재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회사별로 어려운 통합 작업을 요구하거나, 유용해지기까지 수백 개의 통합 지점이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포함됩니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더 따기 쉬운 열매(low-hanging fruit)를 찾아 이런 것들을 피할 것입니다. 작동하는 데 비싼 데이터셋을 요구하는 회사들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수십만 달러를 쓰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요.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비즈니스

진정으로 거대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프로덕트는 여전히 시장을 지배할 것입니다. 프로덕트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눈에 띄게 더 좋아져야 합니다. 소셜 네트워크와 마켓플레이스가 이 모델에 해당합니다. 작거나 미미한 수준의 네트워크 효과, 혹은 한계에 도달하는(사용량 기반 최적화 같은) 네트워크 효과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로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복리처럼 쌓이는 데이터 락인(Lock-in)

프로덕트가 회사가 지속적으로 참조하는 운영 데이터의 '기록 시스템(system of record)'이 된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수년간의 고객 상호작용 기록이 담긴 CRM 시스템이나, 수천 개의 상호 연결된 파일이 있는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생각해보세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될 때마다 마이그레이션은 더욱 고통스러워집니다. 이는 원본 데이터 자체 때문이 아니라, 내보내기 어려운 플랫폼 종속적인 관계와 맥락 때문입니다. 당신의 비즈니스는 그 히스토리에 너무 의존하게 되어, 떠나는 것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위험한 일이 됩니다.

규제 장벽

만약 당신의 프로덕트가 많은 규제 허가(FDA나 SEC 승인 등)를 필요로 한다면, 이는 다른 경쟁자들의 진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프로덕트는 시작하기도 더 어렵습니다.

대기업의 번들링

많은 프로덕트에게 레드오션은 승리하는 전장이 아니라, 흡수되는 곳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대기업들이 '80% 수준의 그럭저럭 괜찮은' 솔루션을 만들어 자사 플랫폼에 그냥 번들로 끼워 넣는 흐름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단독 AI 프로덕트들은 더 큰 솔루션의 단순한 '기능'이 될 운명입니다. 우리는 이미 Box, Notion, Google에서 이런 현상을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훨씬 더 많아질 겁니다.

지금은 기업가들에게 최고의 시간이자 최악의 시간입니다. 어떻게, 그리고 언제 경쟁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지속 가능하고 성공적인 회사를 만들 좋은 기회를 잡는 것과 그냥 복권을 사서 희망을 거는 것의 차이를 만듭니다.

“Be Different” doesn’t work for building products anymore

We are in the middle of the biggest red ocean I have ever seen in software development.

In The AIrenaCharlie Grah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