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도어 프로덕트 (Multi-Door Products)

제품팀은 종종 차세대 혁신(the next big thing)을 좇느라 바쁩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성장은 유저에게 같은 가치를 다른 방식으로 더 많이 제공하는 것에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몇 년 전, 저는 고객용 외부 대시보드를 만드는 팀의 PM이었습니다. 한동안 저는 더 많은 차트, 드롭다운 필터, 색상 팔레트를 추가하며 시각적인 UI에 집착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참여도 지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핵심 유저 그룹 중 일부는 저희 대시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매달 수백, 때로는 수천 개의 원본 CSV 파일을 엄청나게 다운로드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가장 활발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참여도가 낮은 유저들이었습니다.

궁금증이 생겨 몇몇 고객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이들은 Looker, Tableau, Excel 같은 자체 리포팅 툴에 이미 투자한 파워 유저들이었습니다. 저희 대시보드가 아무리 기능이 풍부해져도, 그들이 직접 구축한 맞춤형 리포팅 시스템을 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 제품의 진짜 가치는 '데이터'라는 것을요.

대부분의 유저는 저희 대시보드를 통해 이 가치를 얻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파워 유저들은 자신만의 리포팅 툴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 인터페이스가 필요 없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기존의 Looker 뷰나 Tableau 리포트에 데이터를 공급할 원본 데이터(raw data)를 원했던 것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저는 저희 대시보드가 모든 유저에게 적합한 단 하나의 접근 지점이라고 가정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파워 유저들에게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때 저는 처음으로 '멀티도어 프로덕트(multi-door products)'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제품, 다른 문

여러분의 제품을 '집'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이 제공하는 가치, 즉 유저가 여러분의 제품을 '고용'하는 이유는 집 안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가치에 도달하기 위해 유저에게는 '문'이 필요합니다.

제 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 집은 우리의 전체 분석 플랫폼이었습니다.
• 집 안의 가치는 우리의 데이터였습니다.
• 정문은 우리의 대시보드였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는 정문을 이용하는 것에 만족했지만, 우리의 파워 유저들은 매달 수천 개의 CSV를 다운로드하며 옆 창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오는 것과 같았습니다. 어떤 제품팀은 이를 그저 '엣지 케이스(edge case)'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숙한 팀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압니다. 바로 다른 문, 즉 전용 API에 대한 명확한 수요 신호라는 것을요.

이것이 바로 멀티도어 프로덕트의 본질입니다. 하나의 핵심 가치에 대해 여러 개의, 뚜렷이 구분되는 진입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면, 멀티도어 디자인이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멀티도어 프로덕트

Google Search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Google은 단순한 텍스트 박스입니다. "타이어 교체하는 법"이나 "근처 맛있는 피자집"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고 답을 얻습니다. 하지만 검색 연산자(search operators)를 사용하여 Google에 다르게 접근하는 유저 그룹도 있습니다. 이 유저들은 site:reddit.com이나 filetype:pdf 같은 수식어를 사용해 더 정밀한 검색 결과를 얻습니다.

근본적으로 두 그룹의 유저 모두 같은 집(Google의 검색 엔진)에서 같은 핵심 가치(검색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유일한 차이점은 그들이 사용하는 문(단순 검색어 vs. 복합 검색어)입니다.

Microsoft Excel

Excel도 고전적인 예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우스를 사용해 메뉴를 탐색하고, 수식을 만들고, 셀 서식을 지정하는 포인트 앤 클릭(point-and-click) 방식으로 Excel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Goldman Sachs의 투자 은행가나 McKinsey의 분석가를 보면, 키보드 단축키만으로 Excel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집(Excel)도, 가치 제안(계산, 모델링)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차이점은 문(포인트 앤 클릭 vs. 단축키)입니다.

ChatGPT

ChatGPT에서도 같은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는 웹 기반 채팅 인터페이스를 통해 상호작용합니다. 하지만 OpenAI는 음성 모드나 개발자용 API 같은 다른 접근 지점도 추가했습니다. 집(ChatGPT)과 핵심 가치(추론 능력)는 동일합니다. 다른 것은 문(채팅, 음성, API)입니다.

이 모든 예시에서 제품의 핵심 가치는 검색 결과, 계산 능력, 생성형 추론 능력으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접근 지점은 바뀌었습니다. 이 차이점은 매우 중요하며, 많은 팀이 제품 전략에 접근하는 방식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편견을 드러냅니다.

문은 방이 아닙니다 (Doors Are Not Rooms)

제품팀은 백로그나 로드맵을 정리할 때, 종종 기능을 확장하는 항목을 우선시하고 접근성을 확장하는 항목의 우선순위는 낮춥니다. 다시 말해, 많은 팀이 더 많은 문을 만드는 대신 더 많은 방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할 일 목록(to-do list) 앱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캘린더 뷰를 추가하는 것은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이는 유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업을 시각화하도록 돕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방'입니다. 반면, Siri 연동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새로운 문'입니다. 이 기능은 앱의 핵심 기능을 바꾸지는 않지만, 유저가 핸즈프리(hands-free)라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작업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언뜻 보기에 '방'과 '문'의 구분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특히 '집중'에 집착하는 팀에게는 매우 중요한 뉘앙스입니다. 이러한 관점이 없으면, '문'에 해당하는 기능들은 '스코프 크립(scope creep, 기능 범위 확장)'으로 잘못 분류되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것으로 치부되어 백로그의 맨 아래로 밀려나게 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위험은, 팀이 제품의 기능성을 확장하지는 않지만 제품의 도달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었던 기능을 제외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경험 많은 제품팀이 이해하는 위험 요소이며, Google, Microsoft, OpenAI 같은 기업들이 멀티도어 디자인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입니다. 그들은 때때로 더 많은 유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새로운 방(기능)을 만들거나 새로운 집(제품)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어진 집에 더 많은 문을 추가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위한 질문

마지막으로 몇 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 여러분의 경쟁사 유저들은 어떻게 가치를 얻고 있나요? 경쟁사는 여러분이 가지고 있지 않은 '문'을 가지고 있나요?
• 유저들이 여러분 제품의 핵심 가치를 필요로 하지만 현재 접근할 수 없는 상황(예: 오프라인, 음성, 모바일 등)은 무엇인가요?
• 여러분의 고객 지원 티켓에서 가장 많이 요청되는 것 중 새로운 기능 추가와 관련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이 혹시 만들어볼 만한 '문'을 암시하는 신호일까요?
• 여러분의 백로그에서 '스코프 크립'이나 '엣지 케이스'로 치부되었던 기능 중, 특정 유저 그룹에게는 높은 가치를 지닌 '문'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 최근에 출시한 기능 10개를 살펴보세요. 그것들은 '방'이었나요, 아니면 '문'이었나요? 여러분 팀의 기본적인 편향은 어느 쪽인가요?
• 여러분의 성과 평가, 팀 문화, 또는 OKR은 새로운 '방'을 만드는 것과 새로운 '문'을 여는 것을 동등하게 보상하고 축하해주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아티클에서 뵙겠습니다.

Multi-Door Produ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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